마음 따라 걷기

[영남길 3구간] 경기옛길, 구성현길

인산(仁山) 2024. 8. 21. 13:14

야탑에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막 출발하려는 전철에 올랐다. '아뿔싸!' 전철이 출발하자마자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는 것을 알았다.

 

모란에서 내려 반대쪽 플랫폼으로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빠름' 보다 조금은 늦더라도 '바름'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잊었구나!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불나방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인생들도 많다.


주말 아침 전철 안 좌석은 노인들 차지고 젊은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평일 날은 출근길과 삶의 터전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렀을 터이니 주말 아침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느긋한 시간을 누릴 여유는 이 시대 청장년들의 당연한 권리이지 싶다.

오리에서 M과 H를 만나 영남길 제3코스 탄천을 따라 죽전 보정을 지나 구성으로 향했다. 얼음 풀린 물 가에서 탄천 오리 떼는 먹이 찾기에 한창이다. 사람들은 드문드문 아스팔트와 우레탄으로 잘 포장된 천변을 걷거나 달리거나 반려견을 앞세우거나 페달을 밟는다.


마북 삼거리를 지나 구성초등학교 울타리를 따라 돌아가다 보면 계정 민영환 선생의 묘소가 있다. 일제에 외교권을 강탈당한 을사늑약을 저지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 순국하였다.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매국의 오명을 남긴 을사오적들이 누린 한 때의 영화는 백세 유방百世遺芳, 계정의 의롭고 아름다운 죽음에 감히 범접할 수 없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언남동 법화산 자락에 명륜당과 대성전을 갖춘 용인향교가 자리한다. 조선 전기에 마북동에 세워졌고 고종 때 현 위치로 옮겼단다. 수묵화 서예 등 강좌를 여는 등 여전히 이 지역 강학의 장으로서 또 인륜을 바로 세우는 유도儒道의 상징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해발 383미터 법화산은 이곳에서 35.6km를 달려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의 발원지다. 경사가 완만하고 오르기 편안하여 어르신들이 혼자서나 삼삼오오 오르내리며 스쳐 지난다. 그 산 중턱에서 산을 내려오던 여성 한 분이 땅 밖으로 드러난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졌다. 흙으로 덮인 육산이고 얼었던 땅도 풀려 다친 데가 없어 다행이다. 걸어 넘어뜨리려는 장애물이 어디 나무뿌리뿐이겠는가.

법화산 남쪽 자락 물푸레마을로 내려와서 구성교차로를 거쳐 동백 호수공원에 도착하여 제3구간을 마쳤다. 부근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에 막걸리와 만두를 시켜서 성성한 허기의 빈 공간을 채웠다.  2018-02

용인향교와 민영환 선생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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