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3

일림산, 남도의 꽃 소식

주말 전야 시간은 자정으로 향한다. 신사 전철역,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 틈에 등산복 차림 배낭을 멘 산객들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친구 M과 만나 전철역 부근에서 출발하는 무박이일 산행 버스에 올랐다. 이번 산행 테마는 북에서 남진하는 가을 '단풍산행'에 대비되는 남에서 북진하는 봄 '철쭉 산행'이다.몇몇 등산동호회에서 운영하는 전세버스 산행을 친구들과 서너 번 이용했었다. 주로 전국 각지 명산이나 눈, 꽃, 억새 등 계절별 테마별로 운영되는 금요 무박, 토요 당일 등 산행은 소확행을 추구하는 주말족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위안이다.대부분 장년을 지나 노년의 골짜기로 내려서는 분들과 일단의 젊은이 등 버스는 만원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을 출발한 버스의 목적지는 보성군 웅치면 제암산 자락 자연휴양림이..

지리산에 안겨서 별을 품다(V)

아홉 시경 치밭목대피소에 도착해서 그 아랫 쪽 100여미터 멀찍이 떨어져 있는 샘터에서 간단히 건식 식사를 하고 유평리 쪽으로 출발했다. 대피소의 하산길 등로 옆에 서있는 이정표가 대원사까지 7.7km, 대원사주차장까지 9.8km라고 알린다.이정표를 보고 등로에서 84m 떨어져 있다는 무제치기 폭포로 달려간 H는 뒤처져 따라오던 M과 B와 거의 동시에 폭포 쪽에서 되돌아왔다. H가 찍은 3단 너른 폭을 타고 내라는 폭포 동영상은 호쾌하고 시원스럽기 그지 없다.마음을 다잡고 계곡 옆으로 난 너덜길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 땀은 비오듯 쏟아지며 눈으로 흘러들어 눈물인지 땀인지 구분이 가질 않을 지경이다. 계곡은 등로 아래 멀찍이서 물소리만 요란할 뿐 좀체로 가까이 다가오지 않아 비탈길 암벽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

지리산에 안겨서 별을 품다(IV)

산행 세째 날이다. 잠이 깨어 시각을 보니 여느날보다 이른 자정이 조금 지났다.화장실을 다녀오고 복도로 에어매트를 들고 나와 미리 접어 두었다. 후끈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대피소 실내와 달리 바깥은 한기가 느껴질만큼 서늘하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스마트 폰으로 담아보려던 생각을 접고 눈을 크게 열고 마음에 담아 본다.일출 시각은 05:40경이지만 새벽 세 시 반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해서 1.7km거리 천왕봉으로 향한다. 랜턴으로 등로를 밝히며 제석봉으로 오르는 걸음이 가파른 비탈에 익숙해졌는지 덤덤히 받아들인다.몇몇 산객들도 눈 띄는데 배낭을 짊어진 산객이 있는가 하면 스틱만 짚고 오르는 산객도 있다. 많은 산객은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나 대원사 쪽으로 내려가는 험로를 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