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8

칠장산, 세 정맥 한 곳에 모이다

칠장산이 있는 죽산으로 향했다. 짙은 안개가 사방을 덮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공포가 전국을 삼킬 태세다. 국내나 중국 일본 등 이웃뿐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확산일로다. 일죽 IC로 내려섰다. 칠장사를 비롯해서 봉업사지, 죽주산성, 매산리 석불입상 등 오래된 문화유산이 많이 전하는 죽산은 '경기도의 경주'로 불린다고 한다.  죽주산성에서 몽골군을 물리친 방호별감 송문주 장군 동상이 맞이하는 죽산면 소재지로 들어섰다. 인력사무소 앞에 건장한 젊은 남성 네댓 명이 서성인다. 모습이 모두 동남아인들로 보인다. 죽산 시외버스터미널 정차장은 텅 비었다. 간간이 동서울 광혜원 이천 등지에서 달려온 버스가 들어와서 승객 한 두 명을 내려주거나 태우고 서둘러 빠져나간다.구름 사이로 겨우 얼굴을 내민 태양은..

일림산, 남도의 꽃 소식

주말 전야 시간은 자정으로 향한다. 신사 전철역, 생기 넘치는 젊은이들 틈에 등산복 차림 배낭을 멘 산객들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친구 M과 만나 전철역 부근에서 출발하는 무박이일 산행 버스에 올랐다. 이번 산행 테마는 북에서 남진하는 가을 '단풍산행'에 대비되는 남에서 북진하는 봄 '철쭉 산행'이다.몇몇 등산동호회에서 운영하는 전세버스 산행을 친구들과 서너 번 이용했었다. 주로 전국 각지 명산이나 눈, 꽃, 억새 등 계절별 테마별로 운영되는 금요 무박, 토요 당일 등 산행은 소확행을 추구하는 주말족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위안이다.대부분 장년을 지나 노년의 골짜기로 내려서는 분들과 일단의 젊은이 등 버스는 만원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을 출발한 버스의 목적지는 보성군 웅치면 제암산 자락 자연휴양림이..

문경의 진산 주흘산

지난여름은 길고도 지리했다. 데워진 가마솥처럼 식을 줄 모르던 여름의 열기가 태풍 소식이 뜸해지자 온전히 식어버렸다. 바야흐로 계절은 낮과 밤이 몸을 섞으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암사역에서 M의 차량에 탑승하며 친구들과 합류했다. 저번 대암산 산행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다 함께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 산행을 하기로 한 터였다. 서울을 벗어나며 날이 밝았지만, 짙은 안개는 백여 미터 남짓 시야를 허락할 뿐,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쳐 소백산맥을 넘기 전까지 산야를 뒤덮고 있다. 이화령을 지나서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로 들어서자, 안개의 나라에서 맑게 갠 나라로 시공을 뛰어넘어 날아온 듯 안개는 자취를 감추었다. 왕복 4차선 새..

팔봉산, 강과 산의 향연

평소 언젠가는 한 번 가야겠다고 벼르던 산 가운데 하나가 팔봉산이었다. 군 복무 시절 원주와 춘천을 오갈 때 지나치던 홍천처럼, 그 주변을 지날 때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산이었다.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갈망이 어디 산뿐이랴! 비우던 버리던 감행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결코 가벼워질 수가 없나 보다.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 걸까"라는 노랫말처럼. 그래서인지 모 산악회가 준비한 팔봉산 산행 계획이 반가웠다.구리에서 출발하여 사당을 거쳐 복정에서 나머지 산객을 태운 버스는 빈 좌석 없이 만원이다. 1호차에 올라 친구와 반갑게 악수했다. 신청자가 많아서인지 버스 한 대를 증차해서 1,2호 차가 나란히 목적지로 출발했다.경기와 강원의 경계를 지날 즈음 자욱이 끼었던 아침 안개는 팔봉산이 가..

설악산 암자와 불심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때 이르게 달아오른 바깥공기의 열기가 훅 하고 목덜미를 비집고 들어온다. 전철역은 늦은 퇴근 귀가 인파로 북적이고 역 광장은 열기에 아랑곳없이 젊은 남녀들의 열정으로 넘친다.늦은 시각 서울 잠실과 성남의 경계에 위치한 복정역은 원거리 야간산행객을 태울 버스가 거쳐가는 거점 중 한 곳이다. 등산복 차림 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타고 갈 버스를 기다린다. 자정 경에 도착한 45인승 버스는 친구 둘을 포함해서 산객들로 빈 좌석 없이 가득 찼다.버스는 소등을 하고 도심을 벗어나 어둠 속을 달려 설악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짧은 잠을 청하는데 나는 잠이 오지 않아 몸만 이리저리 뒤틀어 본다. 새로 1:30경 내설악 휴게소에 정차한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쐬고 굳어 있는 팔다리도..

가야산과 해인사

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이다. 직장 산악회에서 계획한 가야산 산행을 위해 서면역 부근 버스 출발장소로 향했다. 그저께 폭음 후유증이 다 가시지 않은 듯 몸이 찌뿌듯하다. 온천천엔 아침산책을 즐기는 주민들 발걸음 느긋하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빽빽한 평시와 달리 전철 안도 여유롭다.OB 대여섯 분 포함 20여 명을 태운 노란색 25인승 버스가 8시경 출발했다. 쾌청하던 하늘이 남해고속도로 진영 IC 부근에 들어서자 안개가 자욱이 밀려오며 왼편 정병산을 온전히 덮었다. 다행히 천주산과 작대산을 관통하는 창원터널을 빠져나오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자취를 감췄다.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안개에 '가야산 모습 제대로 볼 수 있을까'하고 지레 걱정했던 마음이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칠원 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청량산, 그 청량함에 빠지다

어제 시작된 비가 그치지 않고 아침엔 보슬비로 바뀌었다. 청량산 부근은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 양재역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마스크를 낀 산객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산행 버스가 들어오길 기다린다.고속도로를 달려 천등산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 버스가 풍기 IC로 내려섰다. 소백산맥 너머 다도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산군 사이로 지리하게 이어진 얽히고설킨 길은 낙동강이 운곡천을 끌어안는 명호면으로 인도한다.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해서 청량산 옆을 지나 안동호에서 세를 결집하여 남쪽 바다까지 천 삼백 리의 긴 여정을 이어갈 낙동강, 발원지에서 멀지 않은 상류는 폭이 넓지 않지만 물줄기 흐름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불가의 산에서 유가의 산으로 산행 들머리는 명호면 면소재지에서 35번 청량로를 따라가다가 청량..

팔당호반 둘레길

팔당호반, 수도권 지척의 청정구역 구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이른 아침 경기도 광주시 퇴촌남종면 통합보건지소로 차를 몰았다. 2022년 11월에 개통된 경기도 광주의 '팔당호반 둘레길'을 둘러볼 요량이다.아침 일곱 시가 조금 지나 보건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보건소 뒤편 가건물처럼 보이는 곳에서 떠들썩한 소리 가 들려 들여다보니, 부근 주민들 20~30여 명이 네댓 개 코트에서 배드민턴 복식 경기를 하고 있다. 대부분 환갑이 넘어 보이는데, 활력이 넘치는 모습에서 토마토 산지로 이름난 이 지역 주민들의 바지런한 일면을 보는 듯하다. 팔당호반 둘레길은 1코스 팔당물안개공원~ 검천2리 종여울(7.3km), 2코스 종여울~ 팔당물안개공원(5.7km) 3코스 퇴촌남종보건소~ 팔당물안개공원(5.3km), 4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