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길 제4구간 석성산길로 접어들었다. 동막과 백현이 합쳐져 생긴 동백리의 호수공원 옆 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석성산을 지나 용인시청에 닿는 6km여 구간이다.
구릉지와 얕은 산야가 많은 용인은 개발의 바람이 거세다. 산자락 틈새를 비집고 파고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빌라와 아파트 군락은 하루가 다르게 산세와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다. 족히 한 계절이 지나면 모습이 달리지는 이곳은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해발 471미터 석성산 정상까지는 멀지 않지만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 이름처럼 돌로 쌓은 성처럼 산정은 거대한 바위로 된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너른 정상에 서면 영동고속도로를 비롯 사방이 툭 트여 시야가 시원스럽다.
하산은 용인시청 쪽으로 군 통신 시설이 들어선 능선을 우회해서 나무계단을 따라 암반으로 된 산 정상에서 내려왔다. 정상 아래 임도가 시작되는 동쪽 사면 아늑한 능선 자락에 통화사가 자리한다. 산 위에서부터 거북했던 배를 움켜쥐고 해우소에 들러 몸속의 짐을 버리니 모든 근심이 함께 떠난 듯 가쁜하다.
통화사에서 용인시청까지는 산정 아래를 휘돌아 아래쪽 긴 능선을 따라 군부대 철망을 끼고 걷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용인 삼가리와 어정을 잇던 멱조현, 메주 고개 안내판의 고개에 얽힌 전설은 미소를 머금게 한다.
호랑이로부터 시아버지를 구한 며느리의 전설, 쑤던 메주에 내려앉은 쇠파리를 쫓아 주걱을 휘두르며 이 고개까지 왔다는 전설, 두 전설 중 표지판은 후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쇠파리를 '바람난 서방'으로 살짝 바꿔보면 불경할까?
제4구간을 용인시청에서 마무리하고 번듯한 용인시청사 앞을 가로질러 그 옆 기흥과 에버랜드를 잇는 경전철 에버라인 시청•용인대 역으로 갔다. 지상 고가철로 위를 달리는 경전철은 일반 전철보다 폭이 좁고 길이도 전철 한 량 정도로 아담하다.
아침의 지하철과는 달리 경전철엔 젊은 승객이 대부분이다. 경전철은 아래위 사방 공간이 빈 우주를 유영하는 은하철도처럼 플랫폼으로 나는 듯 미끄러져 들어왔다. 마치 놀이동산 기차를 탄 느낌이다. 운행 간격이 6분이라니 이용객들이 무척 편리하지 싶다.
옛 얘기들을 여기저기 간직하고 있는 영남길 3, 4구간 걷기를 마무리하고 뜻하지 않은 색다른 경전철 탑승도 체험한 하루다. 높은 교각 위 궤도를 달리는 전철 창 밖으로 지나온 석성산 법화산 능선이 천천히 스쳐 지난다. 뒤에서 봄이 추월하려는 듯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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