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2

천상의 화원, 곰배령

그끄저께가 상강(霜降)이었다. 바야흐로 단풍이 붉게 물들고 국화도 탐스럽게 필 아름다운 시기이다. 안내산악회 버스로 곰배령 산행을 가기로 한 날인데, 10도 안팎의 기온으로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복정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산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산악회 버스는 사당에서 출발하여 양재역을 거쳐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다. '반더룽(Wanderung)은 영어의 '백패킹(backpacking)'과 유사한 의미의 독일어인데, 이 산악회의 운영자도 남과 다른 독특함을 추구하는 면이 있나 보다. 사당역에서 먼저 탑승한 친구 M이 버스 맨 뒤 좌석에서 반겨 준다. 버스는 수도권외곽순환로를 거쳐 팔당대교를 건넜다. 한강으로 내려앉는 예빈산과 검단산 산줄기 끝에 안개구름이 깔렸고,..

광주(廣州) 텃골 국수봉

지난주에 남한산성을 찾았었다. 아픈 역사의 상처를 숨긴 채, 잘 정비된 성곽은 반듯하고 행궁은 소담하고 단아하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다. 서문 성곽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 또한 일품이었다. 1636년 병자년 12월 2일, 청 태종은 12만 대군을 이끌고 심양을 출발하여 조선으로 진격했다. 그해 12월 9일 압록강을 넘은 전봉장 마부태 부대는 의주 백마산성, 영변 철옹성, 안주성, 황주 정방산성 등을 우회해서 10여 일 만에 한양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강화도로의 몽진 길이 막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는 청군에게 포위되어 고립되었다. 경상좌병사 허완(許完)과 경상우병사 민영(閔栐)이 근왕군(勤王軍)을 이끌고 남한산성으로 향하던 중, 1637년 1월 28일 쌍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