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시포스

부산에서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인산(仁山) 2024. 9. 3. 10:59

어제부터 내린 비는 그칠듯 그치지 않고 얇은 빗줄기를 흩뿌리고 있다. 점심을 서둘러 들고 우산을 들고 세관 후문을 나섰다.

조간신문 한켠에 실린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 명작 부산 찾는다」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었다. 부산미술협회가 5.17-6.17일간 부산 근대역사관에서 미켈란젤로(1475~1564)의 작품 '메디치 마돈나' 특별전을 준비한 것이다.

사무실에 접해 있는 수미르 공원 앞 건널목을 건너고 중앙역 지하도를 빠져 나왔다. 용두산 북쪽 대청로를 400여 미터 따라가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이던 근대역사관에 도착했다. 비가 흩뿌리는 평일의 작은 박물관 특별전시실엔 우리 둘 외에 노인 대여섯 분들이 전부다.


전시실로 들어서자 이태리 건축가 르네상스 미술사 전문가 등이 꾸몄다는 전시장은 피렌체 메디치 성당을 시각화한 구조물과 미켈란젤로의 생애와 걸작들을 영상으로 세밀하고 생동감있게 표현해 놓았다.

안내에 따라 전시실 제일 안쪽 별실에서 '메디치 마돈나', 아기 예수를 무릎 위에 앉힌 채 모유를 수유하는 성모 석고상을 만났다. 전시실 벤치에 앉자 조명과 함께 어둠 속에서 나타난 성모자상, 그 뒷면에 경건한 성가를 배경으로 로렌조 성당 실내를 영상으로 재현했다.

메디치 마돈나는 메디치 가문의 예배당인 피렌체 산로렌조 대성당 제단에 있는 조각상이다. 1521년 제작하기 시작한 미완성 작품이라는데, 이번 전시품은 전통 석고 복제법으로 주조한 현존 두 점 중 하나로 1780년 주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켈란젤로의 '메디치 마돈나'와 함께 영상으로 재현하는 다비드, 피에타, 모세, 바쿠스 등 조각상과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그의 걸작들을 만났다. 피렌체와 로마의 옛 기억도 잠시 떠올려 본 짧지만 즐거웠던 시간. 더구나 입장료가 없는 공짜 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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