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 2

[영남길 7구간] 백구 흑구와 우연찮은 동행

한양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조선의 옛길, 작년 이월 초 시작했던 영남길 걷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코스는 용인시 원삼면 독성리에서 백암면 황새울 마을까지 제7구간 구봉산길, 그리고 다시 안성시 죽산면 소재지까지 제8구간 죽주 산성길이다. 두 코스 각각 13km로 만만찮은 거리다.기흥 전철역에서 탐방길 친구들과 합류했다. 경전철 에버라인으로 갈아타고 금학천이 경안천으로 흘러드는 곳에 위치한 운동장-송담대 역에서 내려 버스터미널로 갔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도시가 몽환적이다.노구봉 옆 경안천변에 위치한 용인공용버스터미널에서 10-4번 백암리행 버스에 올랐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버스는 승객들로 빈자리가 없는데 서로 중국말로 얘기를 나누는 중년 여성들이 그 절반이다. 예전 진천 버스터미널에서, 또 돌아오..

[영남길 6구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 은이성지와 문수산 마애불

오랜만에 하늘이 본래의 제 색깔을 찾은 맑은 날이다. 야탑에서 7:35발 진천행 시외버스에 올라 백암 터미널로 향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 밖 백운산 줄기 위에 갓 보름이 지난 부푼 달이 어슴푸레한 얼굴로 수줍은 듯 인사를 건넨다.영동고속도로 양지 IC로 내려서서 은이 성지 법륜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을 스쳐 지난다. 백암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원삼면 독성리로 향했다. 반듯한 백암 초교 교정에 자리한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동상이 가지런하다. 독성 2리에서 덜컹대는 미니버스에서 내려 영남길 제7구간을 뒤로하고 제6구간 서울방향으로 발을 옮긴다.구봉산 수정산 칠봉산 문수산 등 산군(山群)이 멀찍이 물러서서 마을과 너른 들판을 둘러싸고 있다. 물이 넉넉히 고인 들판은 풍년을 기약하는 듯하고 까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