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세째 날이다. 잠이 깨어 시각을 보니 여느날보다 이른 자정이 조금 지났다.화장실을 다녀오고 복도로 에어매트를 들고 나와 미리 접어 두었다. 후끈하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대피소 실내와 달리 바깥은 한기가 느껴질만큼 서늘하다.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스마트 폰으로 담아보려던 생각을 접고 눈을 크게 열고 마음에 담아 본다.일출 시각은 05:40경이지만 새벽 세 시 반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해서 1.7km거리 천왕봉으로 향한다. 랜턴으로 등로를 밝히며 제석봉으로 오르는 걸음이 가파른 비탈에 익숙해졌는지 덤덤히 받아들인다.몇몇 산객들도 눈 띄는데 배낭을 짊어진 산객이 있는가 하면 스틱만 짚고 오르는 산객도 있다. 많은 산객은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나 대원사 쪽으로 내려가는 험로를 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