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3

대관령 너머 관동으로

예년 여름휴가 때처럼 속초로 향했습니다. 말복 더위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휴가 여행이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버티는 아이들과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제9호 태풍 레끼마는 상해 북서쪽에서 중국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지만 한반도에는 큰 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경춘고속도로를 경유해서 미시령 터널을 지나는 밋밋한 코스 대신에 대관령을 넘기로 했습니다.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횡성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한 잔씩 들며 피곤해하는 몸을 달랬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IC를 지나치고 대관령 IC에서 내렸습니다. 대관령 하행선 방향 휴게소는 캠핑 차량들이 연립주택처럼 줄지어 서있습니다. 태백산맥을 넘으려던 안개와 비는 800미터가 넘는 능선에 가로막혀 산과 도로를 뒤덮..

바다 빛 여름 속초에서

일상을 탈출하여 속초엘 왔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무거운 구름이 낮게 드리웠고 파도는 연신 해안으로 밀려옵니다. 일출을 보리라는 기대와 바람은 접었습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바이 마을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속초항 옆에 달항아리처럼 육지로 들어와 안긴 청초호를 바다와 갈라놓으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마을, 아바이 마을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청호동입니다. 6.25 전쟁 때 북한에서 피난 온 주민들이 귀향을 위해 임시로 거처하던 곳입니다. 속초항 남쪽 등대로 가는 방파제 초입에 하나호 선장 유정충의 기념비가 서있습니다. 제주도 서남방에서 침몰한 하나호 선장으로 선원 21명을 구하고 자신은 끝내 배와 최후를 함께 했다니 살신성인의 본보기입니다. 금강대교 위 인도를 걸어서 육지 쪽에서 건너편의 아바이 마을로 건너갔습..

카테고리 없음 2024.09.03

설악 공룡능선 번개 산행

관문(關門)에 들어간 후 삼십구 년 여의 긴 항해를 마치고 어제 퇴임식을 가졌다. 포항에서 짐을 챙겨 칠백 리를 달려 집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거실은 펼쳐 놓은 짐으로 어수선한데 서둘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럴 의욕도 솟질 않는다. 오후에 P와 차를 몰고 속초로 향하고 있다는 B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새벽 설악산 소공원을 출발해서 공룡능선 코스 원점회귀 등반을 할 요량인데 함께 하자고 한다. 퇴임식을 한 지 만 하루 만에 뜻하지 않은 즉석 원정산행 제의에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딱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다녀오라고 한다. 설악산, 그것도 험하기로 이름난 공룡능선을 이처럼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따라나서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학과 직장 생활을 같이 한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