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2

걷기 종합 선물 세트

서울 둘레길 제5구간, 석수에서 사당까지장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다. 그 사흘째 되는 날 느긋한 아침식사 후 근질거리는 몸을 달랠 길이 없다. 어디 바람 쏘일 곳 없을까? 가깝지만 익숙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는 동네 뒷산 대신 가보진 않았지만 전철이나 광역버스로 금방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산행도 여행과 마찬가지로 한 번 갔던 곳 보다 새로운 곳에 더 끌리게 마련이다. 둘레길은 추석 종합 선물세트처럼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코스들 중 하나를 골라서 둘러보는 재미를 준다. 지난달 수서역에서 사당역까지 서울 둘레길 제4코스에 이어 엊그제 망우리에서 광나루까지 제2코스를 다녀왔던 터였다. 매력에 빠져든다는 게 이런 것일까? 무엇이든 자기만의 매력을 가진 것은 아름답다.목동에서 출발한 친구와 석수역에서 합류하여 전..

[영남길 9구간] 죽산 성지 순례길

영남길 제10구간을 거슬러 제9구간과의 교차점인 안성시 죽산면 금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죽산면까지 9.9km는 '죽산 성지 순례길'이다. 금산교회 옆 축사를 가득 채운 크고 순한 눈망울의 소들이 먹이통 앞으로 고개를 내밀고 어린 송아지들은 낯선 발소리를 경계하며 안쪽 벽으로 물러선다. 청풍쉼터 건너편 망이산 자락 능선으로 올라 쓰러진 나무둥치에 걸터앉아 허기를 달래 본다. 한적한 농촌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번듯한 건물의 안성ㅇㅇ 기숙학원엔 젊은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싱그럽다. 그 앞 판교 노인회관 옆에서 마른풀 태우는 연기 냄새는 향기롭다. 현풍 곽 씨 충효각이 있는 광천마을을 가로질러 청미천으로 흘러드는 화봉천에는 야생 오리 한 쌍이 정겹게 헤엄친다. 눈에 띄는 경계도 없이 이웃한 장암마을은 장군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