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라 걷기 14

[영남길 4구간] 용인의 진산 석성산을 걷다

영남길 제4구간 석성산길로 접어들었다. 동막과 백현이 합쳐져 생긴 동백리의 호수공원 옆 근린공원에서 시작하여 석성산을 지나 용인시청에 닿는 6km여 구간이다. 구릉지와 얕은 산야가 많은 용인은 개발의 바람이 거세다. 산자락 틈새를 비집고 파고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빌라와 아파트 군락은 하루가 다르게 산세와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다. 족히 한 계절이 지나면 모습이 달리지는 이곳은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해발 471미터 석성산 정상까지는 멀지 않지만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그 이름처럼 돌로 쌓은 성처럼 산정은 거대한 바위로 된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너른 정상에 서면 영동고속도로를 비롯 사방이 툭 트여 시야가 시원스럽다. 하산은 용인시청 쪽으로 군 통신 시설이 ..

[영남길 3구간] 경기옛길, 구성현길

야탑에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막 출발하려는 전철에 올랐다. '아뿔싸!' 전철이 출발하자마자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는 것을 알았다. 모란에서 내려 반대쪽 플랫폼으로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빠름' 보다 조금은 늦더라도 '바름'이 더 중요한 가치임을 잊었구나!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불나방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인생들도 많다.주말 아침 전철 안 좌석은 노인들 차지고 젊은이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평일 날은 출근길과 삶의 터전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렀을 터이니 주말 아침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느긋한 시간을 누릴 여유는 이 시대 청장년들의 당연한 권리이지 싶다.오리에서 M과 H를 만나 영남길 제3코스 탄천을 따라 죽전 보정을 지나 구성으로 향했다. 얼음 풀린 물 가에서 탄천 오리 떼는 먹이..

[영남길 2구간] 입춘에 나선 낙생역길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하루 앞두고 있다. 영남길 종주에 도전한 친구 M과 H가 오늘 첫 발길을 내디뎠다. 청계산 옛골에서 출발하여 제1코스 달래내길의 종점 판교까지 10여 km를 걸어온 친구들과 합류했다.금토 천변 좌측 대로를 따라 늘어선 테크노벨리의 빌딩들은 높고 세련된 모습이다. 판교에서 시작되는 제2코스 금토천을 따라 걷는 낙생역길은 탄천길로 이어진다. 탄천길을 잠시 벗어나 서현에서 점심으로 해장국집에 들렀다. 추위에 언 몸은 뜨끈한 우거짓국이 반가운 듯 반갑게 받아들인다.탄천변 물가의 버들강아지는 때 이르게 움을 틔웠다. 율동공원 저수지에서 시작해서 탄천으로 흘러드는 분당천 옆 중앙공원을 지난다. 공원은 한산 이 씨 목은 후손들의 묘역 정려 비각과 신도비각 지석묘군 등과 야외공연장 연못 정자 등..

[영남길 1구간] 달래내 고갯길 꽃잔치

집 앞 화단의 라일락이 꽃을 피웠다. 사월 어느 날 아침에 화들짝 피었다가 툭툭 허망하게 떨어지는 목련은 왠지 슬퍼 보이지만 향기로운 내음이 있는 라일락이 목련을 대신해서 위안을 준다.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최단거리 도보 노선인 영남대로, 그중 경기도 구간의 원형을 바탕으로 조성한 역사문화 도보탐방로가 영남길이다. 작년 초부터 총 116km 10개 구간을 한 두 구간씩 나누어 걸었는데, 전 구간 탐방을 끝낸 친구들과 달리 나는 제5구간에 이어 마지막 제1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영남길 퍼즐 완성까지 이젠 한 조각만 남은 셈이다. 영남길 걷기 나머지 그 한 개 구간 마무리를 위해 청계 옛골을 향해 집을 나섰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보기에도 좋을 듯싶다는 생각이다. 매사에 끊고 맺음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