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길고도 지리했다. 데워진 가마솥처럼 식을 줄 모르던 여름의 열기가 태풍 소식이 뜸해지자 온전히 식어버렸다. 바야흐로 계절은 낮과 밤이 몸을 섞으며 경계가 모호해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로 들어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암사역에서 M의 차량에 탑승하며 친구들과 합류했다. 저번 대암산 산행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다 함께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 산행을 하기로 한 터였다. 서울을 벗어나며 날이 밝았지만, 짙은 안개는 백여 미터 남짓 시야를 허락할 뿐,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쳐 소백산맥을 넘기 전까지 산야를 뒤덮고 있다. 이화령을 지나서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로 들어서자, 안개의 나라에서 맑게 갠 나라로 시공을 뛰어넘어 날아온 듯 안개는 자취를 감추었다. 왕복 4차선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