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계속된 가뭄에 저수지가 마르고 논바닥은 타들어 갔다. 오랜 가뭄 끝에 폭우로 시작된 장마가 또다시 농민들의 애간장을 까맣게 태워놓고 팔월로 들어서서야 물러갈 채비를 한다. 무을(舞乙), 고향에 대한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네 해 만에 찾아가는 길이다. 도로변 첩첩 산들이 비를 잔뜩 머금고 능선을 타고 넘으려는 구름과 버겁게 씨름하고 있다.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라디오의 허스키한 노래 가사가 마치 내 마음속에서 구름처럼 일었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는 생각을 들여다본 것 같다. 여주에서 들어선 중부내륙 고속국도는 장호원, 충주, 단양, 문경, 상주를 거쳐 선산을 지날 것이다. 경부고속도로가 서울과 충청, 경상을 연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