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關門)에 들어간 후 삼십구 년 여의 긴 항해를 마치고 어제 퇴임식을 가졌다. 포항에서 짐을 챙겨 칠백 리를 달려 집에 도착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오늘 아침까지도 거실은 펼쳐 놓은 짐으로 어수선한데 서둘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럴 의욕도 솟질 않는다. 오후에 P와 차를 몰고 속초로 향하고 있다는 B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새벽 설악산 소공원을 출발해서 공룡능선 코스 원점회귀 등반을 할 요량인데 함께 하자고 한다. 퇴임식을 한 지 만 하루 만에 뜻하지 않은 즉석 원정산행 제의에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딱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다녀오라고 한다. 설악산, 그것도 험하기로 이름난 공룡능선을 이처럼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따라나서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학과 직장 생활을 같이 한 스..